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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블로그축제] 트라우마에 의한 현상감각의 성장 - 라이언일병 구하기

이브. 2011. 7. 8.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전쟁, 드라마 1988)
 
 
영화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감명 깊게 본 영화는 여러 편이 있습니다.
정말로 감명 깊게 본 영화들은 다시 여러 번 보는 것은 물론 명장면들을 잊지 않기 위해 다른 분위기에서도 연상을 하거나 비슷한 공간적 분위기를 투영해 보기도 합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이미 좋은 영화라고 평가한 작품들은 볼 때마다 꼭 감동을 받으려 애썼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1998년 作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감동적인 요소 외에 내게 있어 특별한 감각적 성장을 가져다 준 영화입니다.
 
이 작품의 몇 몇 장면들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그럴수록 더욱 떠오르는 기억처럼 너무도 깊이 각인되었으며 이로 인해 마치 직접 겪은 트라우마처럼 실제로 경험할 당시의 상황적, 현상적 감각이 어떠할 것인지 알게 해주었습니다.
 
그동안 '영화'가 선사해 주었던 가상의 리얼리즘과 이중적 정화에 늘 기만되어왔음을 깨닫게 할 만큼  나로 하여금 현실적 감각을 투영할 수 있도록 성장시켜준 작품이었습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전쟁상황에 대한 극사실적 묘사의 기원이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복부가 파열된 병사의 울부짖음, 총성과 더불어 탄피가 떨어지는 금속성 효과음, 주인공과 함께 귀가 멀어버린듯한 착각, 총알이 관통되는 느낌, 들고 있던 포탄의 폭발과 함께 조각나 버리는 인체의 모습..
특히 독일군 손에 든 칼날이 서서히 미군병사의 심장으로 파고 들어가는 잊지 못할 장면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거나 종군기자로서 그들을 따라다닌 것 이상의 트라우마로 작용하여 숨어서 몰래 현장을 목격한듯한 현상적 효과를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밖에서 이를 알고 있던 또 다른 미군병사(업햄)...  기존 전쟁영화들의 플럿대로 동료를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몰래 숨어있다가 이 독일군이 나오는 것을 기다려 저격하리란 기대와는 달리 한 손을 들어 흐느끼며 무언의 단독강화를 청합니다.
이를 본 적군도 마치 그 공간 안에서만큼은 승리자인양 그것을 받아들이고 천천히 그를 지나쳐갑니다. 그리고는 입구에서 잠시 경계를 하며 아직 강화를 청하지 않은 적들을 향해 다시 싸우러 나갑니다.  

극한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또 하나의 경우를 보게 된 것이지요.
황당한듯 하지만 오히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으로 공감이 됩니다.
이것이 이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한 끔찍한 현실세계의 다중적 모습이었습니다.   
  
 

 
 
그동안 '플래툰', '7월4일생' 등 反戰을 소재로 전쟁의 참혹함과 맹목적 광포함을 묘사한 영화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이러한 요소 외에도 사회적 이슈나 문제의식, 영웅주의, 민주주의 승리 등과는 거리가 멀지만, 한 병사를 위한 휴머니즘, 어찌 보면 軍의 상식과는 이질적인 이야기의 발단이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요소였다면 링컨의 편지를 인용하여 여덟 명의 병사를 희생하며 한 명의 병사를 구해내고 국립묘지에서 성조기가 휘날리는 모습으로 오버랩하는 미국식 휴머니즘과 애국심의 엔딩은 영화의 장면들과 함께 전쟁후유증을 앓게 되어버린 관객들을 치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라이언 일병구하기'는 단순한 리얼리즘 효과를 넘어 현실감을 미리 투영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준 영화였습니다. 
영화에 대한 리뷰를 가능하게 해준 작품이며 유쾌하진 않았지만 채플린이나 히치콕이 자신들의 트라우마로 인해 오히려 독특한 분야의 성공을 이루어 낸 것처럼 직접적이진 않지만 서두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간접적인 경험으로 인한 성장도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새로운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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