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메모리/애니메이션

(은혼) 사소하게 목숨 거는 마초남들의 브로맨스 자존심 대결

이브. 2022. 11. 16.

닮은 사람끼리는 싸운다. 은혼 46회

 

블랙코미디 애니메이션 은혼(銀魂)은 마초남들의 천지입니다.

애니의 배경 자체가 에일리언들이 개방한 에도 시대의 카부키초 거리다 보니 사무라이 혼을 중시하는 남자들이 죄다 주연, 조연, 엑스트라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인공인 긴토키와 철천지 앙숙인 진선조 귀신 부장 히지카타는 대표적인 마초남입니다.

긴토키가 표면적으로 능글맞은 캐릭터라면 히지카타는 겉과 속, 뼛속까지 모두 철저하게 마초적 기질을 내뿜는 사나이 중의 사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지금 파리 날리는 해결사 사무소 사장이지만 한때 에일리언들과 결탁한 막부와 전쟁을 벌인 양이 지사 4대 리더 중 한 명이고, 또 하나는 막부에 충성하며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진선조(신센구미)의 부국장이다 보니 둘의 앙숙 관계는 설정 초기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애니메이션-은혼에서-긴토키와-히지카타가-자존심-부리는-장면
애니메이션.은혼

 

이러한 두 사람의 대척점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양이지사 출신 해결사 사무소 사장 vs 진선조 유일의 정상인 부국장

◑ 카부키초 4대 천왕 중 하나인 오토세 스낵바의 세입자 vs 지역 치안국 합숙 관사 거주 간부

◑ 항상 대드는 직원(신파치, 카구라)을 둔 사장 vs 항상 개기는 부하(오키타 소고)와 멍청한 상사(곤도 이사오)를 둔 간부

◑ 동야호 신선에게 받은 목검 소유자 (사실은 홈쇼핑에서 구매한 기념품) vs 실전용 진검 (평소 관리에 많이 신경 씀) 

◑ 개망나니 같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백야차로 돌변 vs 항상 진중하지만 수시로 버럭함.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물불 안 가리고 희생하는 것은 똑같음

◑ 은발 곱슬머리 vs 가운데로 몰린 V자 머리. 헤어스타일에 대한 공통적인 콤플렉스가 오히려 대척점 (서로 보면서 짜증남)

당분 과다 당뇨 환자 vs 마요네즈 醋油 지방 과다 고지혈 질환 위험군

◑ 무위도식이 소원 vs 오타쿠의 패왕이 되는 게 소원

◑ 파친코 한량 vs 마니아 꼴초

 

사소한 자존심? 목숨 건 대결!

 

이처럼 애초에 맞닥뜨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이 두 마초남은 비번이어서 모처럼 여유작작하던 히지카타가 백수인 긴토기와 식당에서 마주치면서 결국 사달이 나게 됩니다.

정상인으로서는 멘털이 온전치 못할 정도의 취향을 지닌 두 사람은 고작 단팥과 마요네즈로 충돌하면서 당분(糖分)과 유지(油脂)의 대결을 펼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하루 종일 자존심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사우나에서-자존심-데결하는-두-마초남
사우나버티기

 

심지어 사우나에서 오래 버티기라는 미련한 승부를 펼치게 되는데 마침 히지카타를 노리던 킬러가 사우나 문을 잠그게 되면서 이 두 미련남들은 생사의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러나 살수의 이런 흉계를 알아채지도 못한 채 그러거나 말거나 온갖 유치한 멘트를 날리며 탈진하여 위험한 지경에 이르는 목숨 건 자존심 대결을 끝까지 펼칩니다.   

이런 멍청하고도 유치한 대결을 지켜보던 킬러가 참을 수 없는 어리석음과 황담함에 오히여 멘털이 나가버려 결국 문을 열어 구해주게 됩니다.

  

자존심 세고 은근히 라이벌이라고 여기는 상대에게 지기 싫어하는 심리는 이해하겠지만, 이에 비해 너무도 가벼운 자존감과 존재감은 그 유치한 모습과 정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부분들을 블랙 코미디적 요소로 각색, 연출해내는 것이 또한 은혼의 매력이기도 하죠.

한 마디로 유치하지만 꽤 재미있다는 겁니다.

 

 

라이벌과의 브로맨스

 

사실 긴토키와 히지카타는 닮은 점도 많습니다.

 둘 다 변방 시골 출신 무사이고,

 실전에 특화된 전사들이며,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왔거나 밑바닥이라도 치열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나이들이란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앙숙지간인 듯하면서도 위기의 순간에는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 도움을 주는 사이이기도 합니다.

 

作中 내내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기도 하지만, 서로를 돕거나 구해주는 장면들은 자주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중에서 황당한 케이스 사례로는,,

신파치의 누나 오타에가 야규 큐베 집안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갇히게(?) 되었을 때 긴토키는 카구라와 함께 동료로서,

히지카타는 오타에를 짝사랑하는 멍청한 스토커 상사 곤도의 동료로서 함께 싸워 오타에를 구출하게 됩니다.

긴토키는 동료 누나를 위해, 히지카타는 진선조 미래의 형수를 위해..

 

은혼의-두-마초남-긴토키와-히지카타
자존심대결

 

물론 이런 순간에도 끝까지 치열하게 서로의 어리석은 자존심들을 내세우긴 하지만, 결국 시니컬한 브로맨스를 연출하듯 서로에게 큰 도움을 주며 위기에서 서로에게 등을 맡기는 사이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이런 장면들은 위에서 말한 지인 구하기 뿐만 아니라, 막부나 나라의 범위를 초월한 지구가 전체가 위험에 처하는 '은빛 영혼 편 시리즈'에서 클라이맥스에 도달하게 됩니다.

 

아무튼 은혼 시리즈의 이 좌충우돌 두 마초남들이야말로 서로 극명하게 대조되는 캐릭터들이지만, 한 편으로는 '시대+SF, 블랙코미디'라는 괴상 복잡한 액션 장르물 '은혼'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남주 캐릭터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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