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메모리/한국 영화

'협녀, 칼의 기억' 무리한 설정에 묻혀버린 수려한 영상미

이브. 2015. 10. 4.

한국 영화로는 다소 드문 무협영화 장르라는 점과 전도연, 이병헌, 그리고 '차이나타운'으로 호평을 받았던 김고은 등.. 

호화 캐스팅으로 관심을 끌었던 '협녀, 칼의 기억'은 기대에 비해 대다수의 실망스러운 평가와 함께 흥행에도 실패했습니다. 

  

 

칼이 지배했던 고려말 무인정권 시대를 배경으로 권력, 대의, 복수를 향한 세 개의 검을 테마로 한 이 이야기는 무협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이 그러하듯 협녀 역시 영화 제목을 통해 '협의(俠義)를 지닌 진정한 협객(俠客 : 여기서는 주인공이 여자이므로 '협녀'로 표현한듯)이 대의(大義)를 위한 복수를 한다'는 뻔한 스토리 설정을 이미 암시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무협영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극적인 스토리 구성보다는 고전적 공간 배경 속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씬을 보고자 하는 것이 우선 순위임을 인정합니다.

따라서 이런 부분들을 감안하고도 협녀를 기대했던 이유는 한국 영화가 이제 중국 영화의 전매특허인 무협영화 영역마저 접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조금은 있었기 때문이죠. 

  

 

어쨌든 일단 아름다운 영상미와 한층 진일보한 무협 액션씬은 만족스럽습니다.

수려한 영상미를 담아내는 능력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고, 화려하긴 하지만 너무도 과장되어 오히려 부담스러운 중국 무협영화보다는 상대적으로 리얼하고 우아한 액션씬 또한 그런대로 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녀가 흥행에 실패하고 혹평을 받는 이유는 바로 영화 제목과는 심한 인지부조화를 느낄 정도로 설정된 억지스러운 스토리 구성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협녀' 홍이(김고은)의 칼끝이 월소(전도연)에 의해 유백(이병헌)을 향하는 과정 속에서 그 어떠한 개연성도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개연성이란 고작 "우리는 홍이의 칼에 죽을 것이다'라며 월소가 유백에게 하는 대사가 고작일 뿐,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고도 복수를 자아 정체성으로 여기며 칼끝을 겨누는 홍이의 행동에서 스크린을 벗어난 안쓰러움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월소가 태어날 때부터 아무 것도 모르는 홍이를 자객으로 키우는 것은 결코 대의가 아니며, 유백을 제거하는 것 또한 홍이가 해야 할 복수도 아니고, 이처럼 어긋난 모습으로 '협녀'로서의 자아 정체성을 찾게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기에 '협녀'라는 제목과 전혀 어울릴 수 없는 이러한 설정과 엔딩 구성은 이미 흥행 참패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조만간 일본에서도 개봉될 예정인 '협녀, 칼의 기억'에 대한 반응이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어쨌든 한국 무협영화 장르가 한층 진일보 하는데 있어 이 영화가 밑거름이 될 것이란 정도로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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