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메모리/외국 영화

다운사이징, 현실도피와 유토피아에서 표류하는 자아

이브. 2018. 2. 13.

영화 다운사이징..

'인간의 크기를 약 12.7cm 내외로 축소시키는 충격적인 기술의 적용'이라는 신선한 설정으로 큰 관심을 끈 영화이다.

이제 막 시술을 마치고 작아진 인간들이 깨어나기 이전에 마치 모종삽으로 조심스럽게 퍼담아 옮기는 듯한 예고편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영화를 관람하기 전 아마도 관객들은 이 영화의 메타포나 작품성은 차체하고 일단 다운사이징과 관련되어질 모든 장면들, 즉 작아진 사람들의 구체적인 생활 모습이나 소인국의 특별한 장면들, 혹은 작아진 인간들에게만 뜻하지 않게 닥칠 위험이나 위협 등등의 다이나믹 한 스토리에 잔뜩 호기심을 갖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상적인 인간과 소인(小人)이 대비되는 장면과 소인국 속 인간들의 대화 속에서 이야기 되는 정상적인 세상과의 차이점을 제외하면 그저 평범한 세상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게 될 뿐이다.

다운사이징 된 사람들의 보유 재산가치가 작아지는 신체 대신 엄청나게 반비례하여 크게 증가한다는 것, 그래서 하루아침에 부유한 갑부 생활을 하게 된다는 보상 역시 현실 세계에서 다른 형태로써 얼마든지 존재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적 재앙을 극복할 대안이 이 수술의 연구 목적이었다고는 하나, 결국 다운사이징 시술을 받은 사람들은 눈앞의 어려운 삶을 벗어나 새로운 유토피아를 찾아 현실을 도피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주인공 폴 역시 이러한 동기를 가진 사람들 중 하나였지만, 생각치도 못했던 아내의 이기적인 배신(?)으로 홀로 소인국 레저랜드에 남겨지는 낙동강 오리알이 신세가 되고만다.

 

바로 이러한 설정으로부터 이 영화는 SF 요소가 가미된 드라마에서 온전한 휴먼·로드·멜로 장르로 급 전환되어 다소 지루하게 전개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분위기를 극복하는 변곡점에서 다행스럽게 등장하는 실질적인 히로인이 바로 녹란이다.

베트남을 탈출하다 장애를 갖게 된 녹란은 강제적으로 빈털털이인 상태로 다운사이징이 된 비운의 여인이었지만, 자신의 현실을 결코 비관만 하거나 도피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타인을 도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를 통해 폴은 소인국 역시 정상적인 현실 세계와 결코 다르지 않는 명암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인간 사회의 모습은 설령 그곳이 이상향 유토피아라 하더라도 지금과 결코 다르지 않는 것일까?'

이러한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 이 영화는 또 하나의 반전 인물을 등장시킨다.

바로 다운사이징 기술을 처음 발표, 시도했던 닥터 요르겐이다.

환경보호론자로서 인구과잉에 의한 환경재앙을 다운사이징 기술로 극복하고자 솔선하여 소인이 된 인물이 이번에는 소인국 세계에서 극단적인 지구 종말론자로서 주인공 일행과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장면이 또 다시 현실을 버리고 유토피아로의 도피를 유도하는 지점이 된다.

정상인 세계에서 소인국 세계로 그리고 이번에는 빙하 해빙으로 인해 도래할 종말을 피해 노아의 방주와도 같은 지하 대피 시설로의 도피..

   

그러나 영화의 결말은 상당히 밋밋하다.

극단적 선택의 순간에 관객의 예상대로 현실세계의 녹란을 택하여 멜로 장르를 추가한 주인공 폴은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는 빈민촌 광장의 한 노인에게 밥을 가져다 준다.

바로 그동안 녹란이 해왔던 일, 즉 타인에 대한 선의의 봉사..

이로써 주인공 폴은 이 영화에 휴먼 드라마 장르까지 추가하며 비로소 자신의 존재감을 회복한듯 미소짓는다. 

 

 

'다운사이징'이라는 획기적인 소재와 '소인국과 정상적 현실 세계의 공조'라는 도입부의 신선한 설정은 부자연스러운 멜로와 억지스러운 감동으로 인해 스크린을 접하기 직전 가졌던 기대감은 허탈하게 사라지고, 다소 부족했던 다운사이징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관객들의 상상력으로 유보된 느낌으로 자리를 떠야했다. 

  

[에필로그,, 필자가 느낀 가장 황당한 대사]

● 원조 소인국 주민 :

"여긴 바닷가라서 모기도 없고 새들이 사람(小人)들보다 쥐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됐죠" (레저랜드와 같은 보호막 장벽과 천정이 없어 의아해 하는 주인공에게 한 말)

'아니 그렇다면 쥐는?  아니면 다른 벌레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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