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메모리/한국 영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민본의 진정한 의미를 시사하다

이브. 2017. 3. 16.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가상역사소설을 극화한 작품입니다. (이주호·황조윤 공저)

폭군과 현군(賢君)의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 광해군 치세의 인물들과 작성 금지에 의해 누락된 승정원일기 15일간의 공백시간을 모티브로 구성된 가상의 스토리인 것이죠.

 

 

영화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또 한 명의 광해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통성과 사대주의 명분에 대한 콤플렉스를 안고 있던 광해군 재위시절 전개되었던 왕권과 신권, 그리고 당쟁의 치열한 국면이 계속되는 가운데 온갖 위협에 노출되어 극심한 분노로 갈수록 광폭해지던 광해군은 도승지 허균으로 하여금 자신의 대역을 할만한 사람을 구하도록 명합니다.

이에 허균에 의해 가짜 군주역을 위해 발탁된 만담가 하선은 타고난 운명의 역린과도 같은 목숨을 건 대역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설정은 케빈 클라인 주연의 '데이브'와 구로사와 아키라의 '카케무사'와 흡사하기도 하지만, 스토리 구성이나 영상미, 1인2역 주연을 맡은 이병헌의 연기력과 호평을 받은 작품성은 위의 두 작품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을만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최근 다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스토리 전개에서 드러났던 민초 출신 가짜 군주 하선에 의한 극적 효과, 즉 백성을 근본으로 여기며, 백성을 긍휼히 여기는 이른바 '민본주의'의 발현 때문입니다.

 


민본주의는 군주가 다스리는 人治시대에 백성을 근본으로 여기는 통치사상으로서 국민주권주의와 法治를 근간으로 하는 오늘날의 민주주의와 비견됩니다.

나라의 주인, 즉 주권자가 군주이던 왕정시대에서 민본은 백성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하선을 통한 광해군의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 이것을 바탕으로 신권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민본주의의 모습들은 어쩌면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절실하게 갈망하는 진정한 민주주의 지도자의 리더십과 같은 맥락으로 오버랩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러한 부분이 작품성과 흥미요소를 떠나 요즘과 같은 시국에 이 영화가 다시금 주목을 받는 이유일 것입니다..

 

 

에필로그..

이 영화의 등장인물 중 광해군과 중전 유씨, 그리고 허균을 제외하면 거의 모두가 가공의 인물입니다. 다만 천민이 아닌 선비로서 하선(河璿)이란 실존인물이 기록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극중 안상궁은 실존 인물인 김개시를 모티브로 한 가공인물이지만, 김개시와 달리 서인 세력의 밀정으로서 왕에게 몰래 마약을 먹여 혼수 상태에 빠뜨리는 음모를 행합니다.

극중에서 나중에 역모를 주도한 박충서도 계축옥사(癸丑獄事) 당시 영창대군을 옹립하는 역모에 연루되었던 박응서(朴應犀)를 모티브로 한 가공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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