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메모리/한국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권력 매트릭스와 프로그램 조작에 의한 달콤함

이브. 2016. 2. 11.

영화 '내부자들'의 흥행 요인은 한 마디로 '현실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스토리'라는 점입니다.

 

현실에서는 표면적으로 거의 드러나지 않을 재벌·언론·정치의 권력유착 관계 속 치부와 부패의 실상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영화 속 스토리를 더욱 신뢰하고 공감하도록 하는 모티브가 제공되었기 때문이죠. 

  

 

이 부분이 바로 '실제와는 다른 결말이란 것을 알지만, 이렇게 되었으면 정말 속이 후련하겠다'라는 느낌을 주었던 영화 '베테랑'의 스토리 구성과 다른 점이며, 베테랑의 흥행 요소와도 구별되는 점입니다.

  

현실 세상에서 만연된 권력자들의 부정부패와 정의로운 가치가 실현될 가망이 없는 상태에서 같은 '을'의 입장끼리(내부적으로는 또 다른 갑을관계와 이해관계 및 독선에 빠져있는) 집단 딜레마에 빠지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이 사회는 이미 '불신과 절망'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그래서 내부자들의 엔딩과 같은 '권선징악'의 이야기를 보며 위안을 받고 열광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이와 같은 엔딩은 실제로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어서,, 

역설적으로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이강희(백윤식 분) 논설 주간의 냉소적인 통화내용은 바로 권선징악의 해피한 엔딩만까지 보았던 관객들을 철저히 조소하며, 이 부분까지 관람했던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완전히 무너뜨릴만큼 소름이 끼쳤습니다.

 


  

영화 '내부자'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문득 '매트릭스'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거대한 컴퓨터와 기계들에 의해 모든 것이 프로그램化 되어 있는 세계.

인간들은 그저 이것들이 깔아놓은 매트릭스 세계의 프로그램 속에서 조작된 달콤한 인생의 꿈속을 헤매이며 실제의 영혼과 육체를 기계들의 에너지원으로 착취당하고 있는 끔찍한 디스토피아적인 세계..

  

  

이 영화의 극중 대사에서 네오·모피어스·트리티니 일행을 배신한 한 동료는 스미스 매트릭스 요원 프로그램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차라리 현실은 모르는 게 약이다. 일행을 배신한 대가로 매트릭스 내에서의 안락한 생활을 보장해 달라"

  

물론 이는 극단적인 SF적 상상의 이야기이지만,,

'내부자들'을 통해서 본 우리 사회의 현실 또한 어쩌면 권력 매트릭스와 교묘한 프로그램 조작에 의해 적절히 통제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러한 프로그램 조작들이 만들어 놓은 달콤한 요소들에 기대어 이런 것들을 유일한 낙으로 삼으며 고된 일상의 위안을 얻으려 하거나, 

더 나아가 오히려 이런 매트릭스와도 같은 요소들이 사라질까 광분하여 도리어 집단 딜레마까지 조장하면서 현실과 진실을 회피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정보가 오픈된 듯한 현대사회에서 오히려 진실은 더욱 더 요원해진 듯 하고, 화려하고 풍요로운 감각이 현실인듯 아닌듯, 내가 속한 곳에 진실이 존재하는듯 그렇지 않은듯,, 

그래서 오늘도 정보의 홍수와 언어의 조탁과 이 난무하는 가운데 존재의 실체까지 더욱 더 모호해져만 가는 느낌입니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범죄·드라마 / 한국 / 180분 / 2015-12-31 개봉 / 19금

우민호 감독 / 조승우(우장훈 역), 이병헌(안상구 역), 백윤식(이강희 역), 이경영(장필우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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